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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아내에게 한 없이 미안한 남편이 아내에게...

by 강언 200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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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학기 학교회지 "R-zine" 에 실은 글
 

내 사랑 승주에게


여보!!

지금은 주일 밤이에요.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밤인 그 주일 밤이에요. 당신은 만삭의 몸으로 근무하고, 나는 집에서 쉬고 있으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에요.


생각해보면 당신에게 미안하지 않은 것이 별로 없네요. 결혼 전에 나는 당신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없어도 의연하게 서울에서 잘 지낼 것이라 생각했어요. 결혼 전에는 나에게 매정한 모습까지 보여주던 당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작년에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개강 전날 밤의 당신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냥 실수로 이마를 살짝 부딪쳤을 뿐인데, 그 때부터 흐느끼는 당신의 울음소리에 한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당신을 달래기 바빴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되었어요. 아픈 곳이 이마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달래주고 토닥여 주고 있었지만, 당신의 눈물이 그치게 할 수 없었어요. 잠시 당신을 위로할 수 있지만,천안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신학생이니까요. 그저 당신이 사모로서 의연하게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신학생이었요.


참 이기적이죠? 알콩달콩 오순도순 살기를 바라면서 또 멀리 떠나 있을 때는 혼자 의연하게 있기를 바라니 말이에요. 함께 사랑하고 행복하게 보낼수록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힘들 수밖에 없는데도, 나는 당신이 그저 의연하게 있어 주길 바랬어요.


나는 당신이 나를 다 이해해 주기를 바랬어요. 전도사니까, 신학생이니까 바쁜 것은 당연하고, 교회 모임에 안 갈 수는 없고, 학교도 안 다닐 수 없으니 당신이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겉으로는 아내를 위하는 남편이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당신이 전도사 남편을 전적으로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는 이상적인 사모이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내 마음을 밖으로 내비치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못난 내 모습이 보였거든요.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임신해서 허리가 아픈 몸으로 출근하는 당신에게 직장 그만두라는 말도 못하는 못난 남편 강성호가 보였어요.


여보!! 미안해요.

임신해서 무거운 몸으로도 조금이라도 더 나를 챙겨주려는 당신에게 나는 더 많은 희생을 바랬던 것 같아요. 당신의 눈물의 근원이 바로 난데, 내가 신학생이기 때문인데, 난 당신께 바라는 것만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여보!! 고마워요.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더해갈수록 당신이 내 아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하나님께서 성호 한 사람 온전하게 하시려고 태초부터 당신을 준비시켰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 가고 있어요. 난 별로 웃기지도 못하고, 가정을 생기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우리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것은 당신 덕분이에요. 특별한 일과 이벤트가 없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당신과 함께 하기에 유쾌해요. 무미 건조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결혼 전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매일 매일 깨달아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아직은 월요일을 기쁘게 시작하긴 어렵네요. 여전히 슬픈 월요일과 기쁜 금요일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울고, 어김없이 웃는 우리 모습이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유월에 태어날 뱃속의 여울이도 엄마 아빠의 울고 웃는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겠죠여울이 태어나고 나는 방학하는 그날에 우리 셋이 한 자리에 모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테니 우리 그 때까지 잘 견뎌요. 언제나 우리의 사랑이야기는 해피 엔드니까요.


사랑해요. 여보. 금요일에 봐요.


당신의 사랑, 성호.